낮에, 무슨 일에 대해 생각하다가 울컥해서
나도 모르게 "왜?" 라고 몇 번이나 외쳤다.
왜! 왜? 왜? 왜!
그러고 보니 이 "왜?" 라는 물음
지금껏 많이도 던져 왔다.
왜 나를. 왜 나만. 왜 나에게. 왜 나는. 왜 너는. 왜 너를. 왜 너만. 왜 너희는. 왜 그들은.
왜 지금. 왜 그 땐. 왜 그런 말을. 왜 그런 짓을. 왜 그 곳에서. 왜. 왜. 왜. 왜.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해마다 여름이 오고 겨울이 올 때마다
엄마와 나는 이런 대화를 나눈다.
"아, 더워. 왜 이렇게 더워."
"왜 더운 지 몰라?"
"왜 더운데요?"
"여름이니까."
"아, 추워. 너무 추워."
"왜 추운 지 알아?"
"겨울이니까?
"그렇지."
계절마다 같은 대화가 반복되는 게 가능한 것은
저 문답이 꽤 재치 있다고 생각하는 엄마 덕분인데,
어쨌든 사실 내가 품는 의문들의 답도
이렇게 단순한 것일 수 있겠지.
- 왜? - 사랑하지 않으니까.
- 왜? - 일하지 않았으니까.
- 왜? - 상황이 그랬으니까.
- 왜? - 마음이 없으니까.
- 왜? - 노력하지 않았으니까.
- 왜? - 원하지 않으니까.
- 왜? - 숨어버렸으니까.
- 왜? - 재능이 없으니까.
- 왜? - 내가 등신이니까.
- 왜? - 다른 도리가 없었으니까.
- 왜? - 성격이 그런 걸 어쩌겠어.
- 왜? - 개새끼라 그랬던 거야, 잊어.
아아 이 단순하고도 잔인한 대답들아.
안다, 알아. 단순하게 생각하면 끝. 너무나 명쾌하다.
하지만 현실을 바로 보고 싶지 않은가 보다.
해답이 비교적 단순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가 보다.
누군가 내 문제를 단순하게 보려고 하면 화가 나는 것도 그런 까닭인 지 모르겠다.
에 또
이미 나온 답 자체- 에 대한 의문을 다시 갖게 되는 건 (궁상맞다)
물음을 잘 던진 건지- 질문 자체를 한 번 더 의심해 보는 건 (처연하다)
소용 없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 외치게 되는 건 (말 그대로다. 소용 없다)
오래 전 썼던 글과 같은 이유에서일 지도. http://dodaeche.com/1012
하여간 그래서 나는 자꾸 묻고 또 묻는다. 나에게, 너에게, 친하지도 않은 이에게, 심드렁한 이에게,
나보다 답을 잘 알 리가 없는 이에게, 돈을 쥐어줘야 대답하는 이에게, 만만찮아 뵈는 머저리에게,
죽어서 대답할 수도 없는 이에게
왜. 왜. 왜. 왜.
Tag //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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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불만이 그렇게 많으신가요?
(투자한 주식이 며칠새 폭락해 3개월치 봉급이 거의 한방에 날아가서 낮에 비디오라도 보면서 맥주를 한잔할까 하는데 도대체님 재미있게 본 영화좀 소개해 주세요.
이왕이면 한강에 소주병 하나들고 가기 좋은 영화들로...끄응)
불만 없는 저는- 후추 없는 오뚜기 스프예요. ㅎㅎ
주식 워쩝니까. 3개월치 봉급 분량이라니 주말은 잘 견디셨는지;
전 주식을 잘 모르지만 좀더 지켜보시면 언젠간 다시 오르고 그럴 희망은 없는 걸까요 끙.
영화는... 지금 떠오르는 건 '형사에겐 디저트가 없다'를 보시면 기분이 좀 나아지시려나요. 얼마 전에 우리나라에서 '죽어도 해피엔딩'으로 리메이크되었다는데, 전 그건 안 보고 원작만 보았습니다. 안 보셨음 돌아오는 주말에 한 번 보셔요. 시름을 잊고 웃으실 수 있을지도... 토닥토닥
마지막엔 항상 이렇게 질문을 하지만 답을 얻어본 적은 없지.
"나한테 왜 그랬어?"
앨여사 요즘 어떻게 지내?
자기가 블로그를 닫으니 몰래 안부 훔쳐보던 재미도 사라졌다우.
마음 중심 흔들리지 말고 건강히 지내고 있길. 응.
으흠... 체념하는 마음이 필요한 걸까요?
가끔은요 그런 것도 같구요. ^^
체념보다는 초연해질 수 있음 조켔습니다. 물론 그게 또 맘대로 안 되지만요.
-왜 그래?
-늦었어. 네가 너무 늦었어.
-무슨 말이야. 나 사랑한다 했잖아. 기다린다 했잖아. 그래서 늦었지만 돌아왔잖아. 그런데 왜이래. 대체 나한테 왜이래...
-이젠 더이상 아니니까.
하하하....
하아.....
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