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지난 여름부터 구피와 소라게를 기르고 있다. 그런데 요전 주엔 구피 두 마리와 소라게 한 마리가 죽어버렸다.
구피 한 놈은 숫놈. 치어일 때부터 길렀다. 처음엔 밥도 잘 먹고 제법 빠른 속도로 쑥쑥 자라는가 싶었는데, 어느 샌가 성장이 멈추었다. 다른 놈들은 이미 성어에 가깝게 컸는데 그애 혼자 아직도 치어 같았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사료를 잘 먹지 못했다. 던져주면 덥썩덥썩 받아먹는 다른 놈들과 달리, 일부러 그놈 머리 위를 따라다니며 사료를 던져주는데도 그걸 잘 먹지 못하던 거였다. 그러더니 행방불명되어 버렸다. 아마 죽은 것을 성어들이 먹었지 싶었다. 불쌍하고 끔찍하다고 하고 있으니 엄마는 '동물의 세계란 그런 것'이라셨는데, 그 말에 "물고기는 좀 인간적일 줄 알았는데." 라고 투덜거리다 보니 그 말이 말도 안 되는 거 있지.
또다른 구피는 데려올 때부터 다 큰 암놈이었다. 내가 보기엔 다른 암놈이 더 예뻐 보였는데 물고기들의 세계에선 기준이 달랐는지, 아직 다 크지도 않은 청소년 숫놈들조차 이애를 졸졸 따라다녔다. 튼튼한 아이였으나 어이없는 사고로 죽었다. 밥 줄 때가 되었다고 어항 한쪽을 탁탁 두드리면 여기저기 숨어 있던 구피들이 튀어나와 오도방정을 떨곤 하는데, 그날은 이애 하나가 보이지 않았다. 불안한 마음에 혹시... 하며 구피 놀이터용 소라를 흔들어 보다가, 이상한 자세로 끼어서 죽어 있는 이애를 발견하곤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소라 안에 들어갔다가 나오지 못했던 거다. 물론 어항 안에 있던 소라들이야 그날로 다 치워버렸다. 그리고 괜한 것을 넣어두어 이애를 죽게 만들었다는 생각에 몹시 괴로웠다.
그리고 소라게. 현재 딸기와 인도(종 이름이다) 몇 마리씩을 기르고 있는데, 이애는 얼마 전에 새로 데려왔던 딸기 녀석이었다. 데려오자마자 탈피한다고 흙 속에 파고든 바람에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그러더니 어렵게 탈피를 마쳐놓고 스트레스를 못 이겼는지 죽고 말았다. 이애가 죽기 전날 저 구피 암놈이 죽었더랬다. 그날 거의 하루종일 울어댄 나는, 밤에 소라게 사육장을 들여다보며 너무나 힘없는 이애에게 "제발 기운내서 살아달라"고 몇 번이나 중얼거렸는데, 다음 날 아침 일어나서 보니 이미 죽어 있던 거다.
말 그대로 줄초상이었다. 게다가 지난 주는 특히나 나쁜 일도, 나쁜 소식도 많았던 때라, 난 심신이 허약한 상태였다. 이애들이 죽기 전에도 다른 일들로 괴로워하던 나는 급기야 기르던 애들이 한 마리 한 마리 죽어나갈 때마다 통곡을 했다. 하도 울어서 기진맥진이었고
무엇보다 살아 있는 걸 기른다는 게 겁나기도 했다.
구피나 소라게가 백만 년 사는 생물이 아닌 이상, 이런저런 이유로 어떻게든 죽을 텐데
이렇게 하나씩 죽어갈 때마다 괴로울 걸 생각하면- 차라리 기르는 걸 포기하고 다른 사람에게 보내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그런 한 편 어쨌든 내가 돌보기 시작한 생물이니 끝까지 책임져야겠다는 생각이 왔다 갔다 했다. 지금은 대략 후자의 마음가짐이다.
아. 이 얘길 시작으로 이별이니 상실이니 그런 얘길 쓰려 했는데
마음이 착잡해서 못쓰겠다. 아무래도 이 얘긴 좀 나중에.
짧게 요약하자면, 난 이별을 곧 상실로 받아들이는 편이며
상실이란 것에 통 의연하지 못하다. 는 걸 깨달았단 얘기.
그러니 늘 죽을 지경이 되는 거다.
2007/11/19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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