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의 다락방 - (엽편) 움막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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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30 00:19


움막 마을


마을에 도착했을 때 나는 무척 지쳐 있었습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곤 무작정 전국 일주를 떠올렸고
배낭 하나 메고 집을 나선 지 꼭 한 달 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달력상으론 초가을이었지만 그 해따라 늦더위가 기승이었습니다.
땀을 한 바가지나 흘리며 걷던 나는, 지도에 없는 마을 입구에 다달았습니다.
5km는 더 걸어야 하는 어느 마을에 묵을 계획이었지만,
더위와 피곤에 지친 상태였기에 일찍 여장을 풀기로 결심했지요.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마을이었습니다.
그 동안 지나친 곳들과 크게 다를 것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금세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습니다.
어디선가 우는 소리가 들려왔던 것이죠.

분명히 사람이 우는 소리였고
그것도 여러 명이 우는 게 분명했습니다.
어떤 울음은 나직하게 흐느끼는 소리였고
어떤 울음은 차라리 외친다고 해야 할 정도로 통곡에 가까운 것이었습니다.
순간 무척 섬뜩해졌지만, 한편으론 그 울음 소리가 어디에서 나는 것인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논둑길을 따라 걷다가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냈습니다.
들판 곳곳에 허름한 움막이 세워져 있었는데, 거기에서 울음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습니다.
움막들마다 사람이 들어가서 울고 있던 겁니다.
소리의 근원지를 알아낸 나는 조금 전보다 훨씬 무서웠습니다.
이런 괴상한 일이 또 있을까요?

차마 움막으로 다가가 안을 들여다볼 용기가 나지 않아
진땀을 내며 머뭇거리고 있던 내게, 러닝셔츠 바람의 노인이 말을 걸어왔습니다.

"거기서 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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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었습니다.
대체 사람들은 저 안에서 뭘 하고 있는 건가 말입니다.

"여행 중에 들렀습니다."
"묵을 곳이 필요해? 그럴 만한 집이 있으려나 모르겠네."
"아, 아닙니다."

이미 그곳에서 밤을 보낼 생각은 사라진 후였습니다.

"그럼 뭐하러 여기에 가만 서 있는가?"
"다른 게 아니고, 어르신, 저기 움막들마다 사람이 들어가서 우는 게 맞습니까?"
"그렇지."

"……대체 왜들 저러고 있는 겁니까?"
"인정하고 있는 거지."
"네?"

"인정하게 된 사람들이 들어가 있는 거라고."
"뭐를 말입니까?"
"뭐긴. 어떤 거라든 말야. 자넨 그게 뭐가 됐든 인정하기 쉬운가?"
"……네?"

"다들 다른 이유로 들어가 있는 거여.
살다 보면 말이지, 뭐든 인정해야 할 때가 생기는 법이거든.
개인사가 됐든 집안 일이 됐든, 그건 중요한 게 아니야. 인정할 일은 반드시 생기기 마련이란 말야.
근데 그게 아주 어려운 일이거든.
자네 한 번 생각해 봐. 이건 쌀이다, 라고 한 평생 믿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그게 보리라는 거야. 날벼락이지.
그래서 다들 인정할 게 생기면 저기 들어가서 우는 거야.
시원하게 울고 나오는 거라고."

"그럼, 어르신도 저기 들어가신 적이 있습니까?"
"원, 당연한 소릴. 내가 강철로 된 사람인가?"

노인의 말은 어처구니 없었지만
나는 얼결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곳 풍습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니까요.
나는 잘 알겠다고 대답하고 걸음을 돌리려다가, 마지막으로 노인에게 물었습니다.

"꼭 저런 데 들어가서 우는 이유가 있는 겁니까?"
"번데기 고치 같은 거야. 벌레도 고치에 들어갔다 나오면 훨씬 강해지지."
"예."

잠시 그 마을에 머물러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마음을 고쳐먹고 서둘러 자리를 뜨기로 했습니다.
그랬다가는 내가 인정해야 할 것들이 한없이 떠오를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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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30 00:19 2007/11/30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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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하 | 2008/08/06 15:19 | PERMALINK | EDIT/DEL | REPLY
이 글 아주 맘에 드네요. 도대체님은 그림도 잘그리시고 글도 잘 쓰시고 욕심쟁이 우후웃~입니다요.
도대체 | 2008/08/07 21:16 | PERMALINK | EDIT/DEL
고맙습니더! 우후웃~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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