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잠
아내는 '노란 잠' 판정을 받았습니다.
의사가 '노란 잠'이란 단어를 내뱉었을 때, 나는 몹시 어리둥절했습니다.
"그게 뭡니까?"
"희귀한 병이에요.
병이 아니라 하나의 생활 방식이라 주장하는 치들도 간혹 있지만은,
그로 인해 가족이 고통스럽다면
병이라고 봐야 한다는 쪽입니다, 저는."
"그러니까 그게 무슨 병이냐구요."
"부인이 잠만 자고 계시는 건 어디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에요.
모든 게 정상이거든요. 다만
부인은 지금 꿈을 꾸고 계신 겁니다. 꿈을 꾸고 계신 건데,
꿈속 세계가 좋아서 머물고 계신 거예요.
그 세계가 싫어지지 않는 한은 깨어나지 않으실 겁니다."
"이해가 안 되네요.
억지로 깨우면, 꿈도 저절로 끝나는 거 아닙니까?"
"그게, 저희가 깨울 수가 없습니다, 선생님."
"아무 문제가 없다면서 잠 하나를 못 깨워요?"
"약이랄지, 물리적 충격으론 부인을 깨울 수가 없어요.
노란 잠 증후군은 당사자가 깨어나려는 의지가 없으면 어떤 방법도 소용 없거든요.
힘드시겠지만, 부인 스스로 꿈에서 벗어나길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나는 소리를 버럭 질렀습니다.
의사는 몹시 난감해하며 나를 진료실 밖까지 배웅했습니다.
"이것 참, 저도 이런 말씀밖에 못 드려서 죄송합니다.
댁에서 모시기엔 어려움이 많을 텐데, 일단은 이대로 저희 병원에서 지켜보시는 편이……."
나는 씩씩대며 아내의 병실로 향했습니다.
아내는 여전히 자고 있었습니다.
세차게 몸을 흔들어 보았지만 역시나 소용 없었습니다.
"정말 꿈 꾸고 있는 거야?"
……
"내가 뭘 잘못했어? 그래서 도망친 거야?"
……
"거기가 얼마나 좋길래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거야?
일어나서 꿈 얘길 해 줘. 내가, 그대로 해줄게."
……
"노력할게."
……
아내는 여전히 고른 숨을 내쉬며 잠을 잘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흐뭇한 미소를 짓는 듯 보였습니다.
그것이
아내와 살면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행복한 표정이었기에
나는 그만 목놓아 울고 말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