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홍초
같이 일하는 언니가 사무실에 '마시는 홍초' 석류맛을 가져다 놨다. 물에 타서 마시는 건데,
이거 정말 맛있다. 홍초에 꽂혀서 검색을 해 봤더니 우유에 타서 마셔도 괜찮다는 말이 있네. 그래서 우유에 타 봤더니......
완전 맛있어!!!!!!!!!!!!!!!!!!!! 반해 버렸네. 집에도 사 놔야지.


2. 개
어제 아침 태수를 데리고 나간 산책길.
산책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이었다. 요크셔인지 슈나우저인지 헷갈리는(잡종인 듯) 개 한 마리가 혼자 쏘다니고 있었다. 주위엔 아무도 없었다.
두리번거리다 보니 근처에 세워진 승용차 안에서 인기척이 있다.
창문을 두드리자 아저씨가 쳐다본다. "혹시 저 개 주인이세요?"  "네."
아항. 잠깐 차를 세워 놓고 개를 풀어 놓은 모양이군. 하며 안심하고 걸음을 옮기는데
그 개가 나랑 태수를 졸졸 따라온다. 태수도 좋다고 엉기고. 둘이 신나게 탐색하는 건 좋은데, 우린 이제 집에 가야 하는데 계속 따라오면 너는 주인이랑 멀어지잖니. 그래서 태수를 안아들고 그 자릴 피했는데

분명 주인에게 돌아가는 듯 보이던 그 개가, 잠시 후 우리집 앞에 와 있는 겨. +_+ 이건 뭐 순간이동도 아니고;

별 수 없이 태수를 데리고 주인 아저씨 차가 있는 곳으로 다시 돌아갔다. 그 개는 자동으로 따라왔다.
개들을 몰고 돌아가니 아저씨가 차에서 나와 있었다.

"어디에 있었어요?"
"저 아래쪽 골목에 있더라구요."

대답을 들은 아저씨는 다시 차에 탔다. 하지만 개는 여전히 밖에. 이젠 정말 집에 가야겠다 싶어 태수를 안고 개를 따돌리려는데......

아저씨, 왜 시동을 거는 건가요.

어어어어- 하는 사이에 아저씨는 부웅 가 버렸다.

이거 뭐지. 지금 자기 개를 길에 두고 혼자 가 버린 거야?
설마 지금 개를 버리고 간 거야? 개를 버리러 아침 일찍 여길 찾아온 거야? 이런 상황은 예상도 못하고 번호판도 안 봐 뒀는데?

아 정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더라.
개는 주인이 사라진 건 신경도 안 쓰고 태수한테만 정신이 팔려 있고.
그제야 자세히 살펴보니 제법 늙어 보이는 개. 혹시 병이라도 걸려서 버리고 간 건가. 때는 아침 여섯시 반. 동네 동물병원은 아직 문을 열지 않았을 거고, 일단 집에 데려가야겠구나. 토요일 아침부터 이게 무슨 일이냐. 생각하다 보니깐

좀전에 그 개가 우리집 앞에 먼저 와 있던 것이 떠올랐다. 그 개가 나보다 먼저 우리집에 도착하려면 방법은 단 두 개다. 순간이동을 했거나, 지름길로 갔거나.
그런데 그 지름길이란 곳 입구는 쉽게 눈에 안 띈다. 큰길이 있다면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갑자기 좁은 계단 아래로 푹 내려가는 길이라, 동네 주민이 아닌 초행자라면 발견하기 쉽지 않은 길인데. 외진 골목이라 평소에 다니지 않기 때문에, 아까도 그 길은 떠올리지도 못했거등. 헌데 그 개가 거기를 오갔다면, 어쩌면 그 길을 아는 개, 그러니까 혹시 이 동네 사는 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그래서 개들을 몰고; 그 골목으로 들어가 보았더니
개는 어느 집 대문앞에 앉았다.
대문을 밀었지만 열리지 않았다.
너무 이른 시각이라 초인종 누르는 걸 망설이다가 무심코 그 옆집을 보니
문이 활짝 열려 있네......
불도 다 켜 있네......
계시냐고 물으니 어떤 아줌마가 대답하네......
혹시 이 개 주인이냐고 물으니 그렇다네......
나와서 개를 데리고 들어가지도 않네......
......그러니까 너, 산책 나온 거구나.
......원래 풀어놓고 동네 산책을 시키곤 하는 건가 보구나.
......그러면 주인 아줌마는 집에 있고, 아저씨가 어딜 가려고 나오는 길에 너를 데리고 나왔다가
혼자 차를 타고 가신 거구나......
아니 그래도 그렇지 말도 없이 너무 쿨하게 냅다 가시면은;; 강하게 키우시는 건가요;; 저기 그래도 ㅜㅜ
난 또 개를 버리는 현장을 목격한 건 줄 알고 진짜 놀랐;;

......

같은 날 오후, 태수랑 창문밖을 내다 보다가 우리집 앞을 또 어슬렁거리는 그 개를 발견했다.
"멍멍아" 하고 부르니 태수를 보곤 아는 체를 하며 아주 신났다.
태수를 데리고 다시 밖에 나갔다. 그리고 그 개가 사는 집이 있는 골목으로 가 봤다.
마침 환경미화원 아저씨가 지나가고 있었다.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었다.
"혹시 이 개가 어디 사는지 아세요?"
아저씨는 그 집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집이요."

나만 몰랐구나.
너 제법 유명한 개인가 보네.
앞으론 종종 만나자.


3. 그 후
그리고 태수는 그날 저녁
산책하고 귀가할 때, 근처까지 오면 우리집을 척척 찾아오던 놈이
당연하다는 듯 그 집 쪽으로 방향을 틀었;;






2009/06/14 23:06 2009/06/14 23:06

Trackback Address >> http://dodaeche.com/trackback/1778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Jocelyn 2009/06/16 10:5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아.. 버리는 게 아니라 정말 다행이에요..
    태수 친구 생겼네요! ^-^

    • 도대체 2009/06/17 18:53  address  modify / delete

      그러게요. 완전 놀랐거든요.
      그 개가 그날 이후론 보이지 않지만 한 동네 살고 있으니 언젠간 또 보겠지요. 태수는 어릴 땐 다른 개들한테 눈길도 안 주더니, 이젠 개만 보였다 하면 돌진한답니다. 말리느라 애먹고 있;;

  2. 앨리스 2009/06/16 13:3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조만간 애견 몸속에 전자칩을 이식하는 것을 시행한다던데 처음엔 이런 잔인한 일이...라고 생각했찌만 다시 생각해보니 그게 좋겠어. 일본처럼 의무적으로 동물 의료보험같은것도 생기면 좋겠다. 병나거나 다쳤다고 함부로 버리지 못하게말야

    글구 홍초 넘 맛있는데 비싸서 자주는 못사먹겠다능 ㅠㅠ

    • 도대체 2009/06/17 19:00  address  modify / delete

      안정성만 확인되면 나도 태수한테 삽입하고 싶어. 실수로 잃었을 때 더 쉽게 찾을 수 있을 테니까. 딴 얘긴데 그게 전자칩을 피부 바로 아래에 넣는 거라, 피부를 째서 칩만 꺼내고 유기하는 사람도 생기지 않겠냐는 글을 본 적이 있지; 끔찍하지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 같지 않어? 으...

      의료보험 대찬성이다. 한번 병나면 병원비가 너무 많이 드니까 부담을 못이겨서 버리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일본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나 보구나.

      (그러게, 홍초 비싸서 사무실에 있는 건 눈치 보여 많이 못 먹겠다;)

  3. 이수연 2009/06/20 00:1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그 칩이 아무리 작아도 생각보다 크데요,
    어떤 분이 안 아프고 안전하면 사람 손에 대고 쏘아 보래요, 솔직히 사람한테 대고 하면 사람은 무슨 일이 있어도 대부분 피하겠죠..
    그래서 주사도 왕 두껍고.. 그리고 무엇보다 시술을 하면 뭘해요,
    스캔을 거의 안 한답니다... 이건 무조건 겉 핥기 행정이니 원..
    잘은 모르겠지만 나노칩 말고 태그 형식이 있다던데 그런거면 괜찮겠어요,
    목줄에 이름표 달기 의무화가 나을텐데 말이죠ㅜㅜ

    • 도대체 2009/06/24 20:38  address  modify / delete

      아 그런가요.
      어떤 방식이든 시스템을 제대로 갖춰 놓고 시행하면 좋겠는데, 그게 그렇게 무리한 바람이란 말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