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친정 가다 [수다 잡담/적당한 잡담 | 2000/03/04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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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전, 휴학이랑 증명서 문제로 학교에 갔습니다. 오랜만에 가는 학교. 그제 입학식을 하고 어제 개강을 한다더니... 학교 올라가는 길서부터 00학번 냄새를 솔솔 풍기는 얼라덜이 보였습니다. 갑자기 노친네가 된 기분. 허긴... 제 칭구덜은 이제 4학년, 졸업반이 되었으니까요. 여차저차해서 저는 아직도 2학년이지만.
제가 입학할 때 휴학하던 선배와, 입시를 다시 하겠다며 휴학했던 후배, 뜬금없이 휴학해서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과 친구, 군대 갔다던, 그래서 얼굴도 못 본 과 선배들...의 복학 소식이 기다리고 있더군요.
간만에 마주친 과 동생들은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하나도 없는 것 같기두 했고. 그런가하면 어떤 선배는 오랜만에 만난 게 반가워 인사를 하네 안부를 묻네 깔깔대다가 돌아서는데 그제서야 목발 짚은 모습이 눈에 들어오데요... (난 인간이 왜 이런지 몰라)
과사로 갔다가 전공 교수님 한 분을 만났지요. 모든 일은 순서가 정해져 있는 법이라고, 와서 공부를 하라고 그러시네요. 하하 웃으며 넘겼습니다. 순서를 안 지키는 인간도 하나쯤 있어야 하는 거 아니겠냔 생각을 하면서요. 그리고 젠장, 내가 뭐 그런 게 한두 번이냐 하면서요.
절차를 다 마치고 내려오는 길, 제게 온 봉투도 하나 챙겨오구요(아직도 학교 우편함엔 제 우편물이 날아옵니다).
내려오면서 제가 정말 존경하는 교수님을 만난 거 있죠. 못 뵈고 가는구나 서운했는데 우연히 만나다니! 수업이 있으신지 안부를 물으시면서도 걸음을 옮기시는 교수님을 붙잡고, 재빨리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냈습니다. 당근 드리려구요.
* 근데 왜 천원 짜리가 나옵니까... -.-
"교수님 죄송해요, 잠시만요..."
바쁘신 교수님 붙잡고.. 주머니를 뒤적뒤적.. 이럴 줄 알았으면 오른쪽 주머니엔 명함말구 아무 것도 넣어두지 말걸, 후회하며. 결국 오른쪽 주머니에 들어있던 천원짜리 몇 개, 지하철 패스, 껌종이, 영수증, 기타 미세한 먼지들까지 다 꺼내 정리하여.. 그 사이에 숨어있는 명함을 빼내 드렸습니다. 오마이갓.
날씨는 참 좋았습니다. 헌데 종일 기분이 묘하더라구요. 수강신청, 동아리 모집 포스터, 강의 계획서, 새 강의실, 교수님 눈치, 새 교재, 교재비 삥땅, 지저분한 동아리방, 더 지저분한 과방, 거기서 밥 시켜먹는 애들... -_-
제가 있어야 할 자리에서 그런 일들이 빠르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 순간 겪고있진 않지만 눈에 선할 정도로... 어쩜 마음으로 그리기에 더 선명하게 떠오르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하루종일 이상한 바이러스에 걸려 온몸이 쿡쿡 쑤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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