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이 되기 전 겨울방학부터 미술학원에 다녔다. 처음 학원에 간 날 아이들과 인사를 하고 2~3일이 지난 날, 학교에서 학원으로 바로 간 나는 무척 배가 고팠다. 4시간은 수업을 할테니 뭐든 먹어야 했고, 그래서 학원 앞의 분식집에 들어가 음식을 먹고 있었는데(메뉴는 기억나지 않는다) 잠시 후에 학원 아이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그리곤 나를 보며 깜짝 놀랐다. "지금 혼자 밥 먹으러 온 거야? 왜?"
배가 고픈데 아무도 안 와있길래 혼자 먹으러 온 거라고 얘기하자 아이들은 "그래도 어떻게 혼자 밥을 먹으러 오냐" 면서 이런 애는 처음 봤다고 떠들어댔다. 그 때 처음으로 생각했다. 혼자 밥을 먹는 게 어색해 보일 수도 있겠다고.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그 때 나는 무슨 일을 혼자 하는 것이 아무렇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혼자 다니는 걸 좋아했기 때문에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앞의 경우처럼 배가 고픈데 주위에 아무도 없으면 혼자 밥을 먹은 것이고 좋아하는 팀의 콘서트가 있다는데 하필 시험 기간에 열려서 다들 가는 것을 꺼려하면 혼자 갔을 뿐이다. 하지만 그런 게 쑥스럽다거나 외롭다거나 하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그건 대학생이 되고서도 마찬가지여서, 어느 날 동아리방에서 혼자 엠티(라고 해야 할 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명명했던)를 했다는 사실을 안 당시의 남자친구는 무척 당황해했다.
혼자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수업을 듣고 영화를 보고 공연에 가고 여행을 가고 노래방에 가고 술을 마시고.... 하며 나는 아무렇지 않다. 오히려 혼자 있는 편이 좋을 때가 많다. 하루 중 단 얼마간이라도 혼자 있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나는 혼자 생각을 하거나 그 날 있던 일과 앞으로의 상황에 대해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언젠가 들은 교양 수업에서 배운 건데, 내성적인 사람은 두 종류로 나뉜다고 한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울리는 것은 무리없이 해내지만 그 때 소비된 에너지를 혼자 충전할 시간이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 있다는데, 나는 후자에 속하는 것이다. 하루 단위의 충전 기간도 필요하지만, 가끔은 한 달이든 두 달이든 긴 시간 동안 왕래를 피하고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다.
하지만 내 행동이 사람들에게 종종 오해를 하게 만드는 게 사실이다. 그들은 내가 자신들과 어울리려 하지 않는 게 아닌가란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뚜렷한 이유가 없이 웅크리고 있으니 그런 생각을 할 만 하다. 그러나 오해를 풀어 주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그 동안 왜 연락이 되지 않았느냔 물음에 "내성적인 사람엔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하는 식의 설명을 하기도 참 뭣하지 않은가.
작년 어느 날, 낯선 곳에 갔는데 배가 무척 고팠다. 밥 먹을 곳을 찾던 나는 식당의 불모지였던 그 곳의 상황에 낙담하고 말았는데, 결국은 호프집에 들어가 맥주와 소세지 안주를 시켜 배불리 먹었다. 무슨 바에 들어가서 우아하게 칵테일 한 잔 마시는 것도 아니고 소세지를 시켜 먹고 있으니 종업원이 이상하게 생각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처음엔 돈까스 안주를 시켰는데 안 된다고 해서 소세지를 달라 했었다)
밖에 있는 지금, 배고픈 차에 문득 그 때 생각이 나서 이런 얘기까지 나왔다. -_-;; 두서없는 내용에 엉뚱한 결론을 내리자면, 나는 혼자 있는 것에 익숙하고 또 어려운 일이 생기면 혼자 해결하려고 바둥거리는 편이지만...... 생각해보면 나는 늘 주위 사람들의 도움을 많이도 받으며 살았다.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 나에게 선뜻 손을 내밀어주던 그들이 정말 고맙다. 떠올리면 든든한 친구들이 있다는 건,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축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