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의 다락방 - 그녀는 비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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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12 20:37
오늘 낮에 좀 열 받는 일이 생겼다. 그 때 나는 명동에 있었고, 쏟아져나온 사람들을 피해 골목 구석에서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열 받는 마음을 하소연했고, 그런 일로 오래 열 받아봐야 이로울 것 없다는 위로를 받은 참이었다. 지갑엔 전에 선물받은 채 쓰지 않고 있던 롯데백화점 상품권이 있었고, 롯데백화점은 가까웠고, 마침 겨울에 입을 자켓을 사고 싶어 얼마 전부터 이것저것 눈여겨 보던 참이었고, 멋진 자켓을 사고나면 열 받은 마음도 다스려지지 않을까 해서 백화점에 들어갔던 것이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어느 브랜드 매장에서 정말 예쁜 자켓을 발견했다. 모양도 색상도 무게도 굿굿굿, 나는 순식간에 사랑에 빠져서 그 옷을 '자켓'이 아니라 '그녀'라고 불러야 할 것 같은 심정이 될 정도였다. 그런데 가격이 17만원이었다. 상품권이 있다고 해도 비싸잖아 이걸 어쩌나...... 하며 고뇌하던 나는 가격표를 다시 한 번 들여다보곤 그녀에게 가졌던 순간의 연정을 휙 접어버렸다. 17만원이 아니라 170만원이었던 거다.

아, 자켓 여기저기에 꿀이라도 발라놓은 걸까. 낡은 후에 태워버리면 숨겨져 있던 금괴라도 나오는 걸까. 뭔놈의 옷이 그렇게 비싼지. 그 매장에 걸린 다른 옷들의 가격은 어떤가 뒤적거려봤더니 웬만한 건 70만원 80만원, 백만원 넘어가는 옷들도 여기저기.

그 곳에서 내가 살 수 있는 옷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매장을 나서는 동안, 옆에선 내 또래- 잘 해야 한 두 살 많아 보이는 남녀 커플이 흡족한 표정으로 자켓을 입어보더니 구입하려 하고 있었다. 저만한 옷이라면 못해도 150만원은 하겠지. 대단하구나. 쟤들도 단지 돈이 없어서 곤란했던 적이 있었을까. 쟤들이 보기에 세상은, 갖고싶은 것이 흘러넘치고 원하는대로 가질 수 있는 섹시한 곳일 지도 몰라, 생각하며 걸음을 돌렸다는 이야기. 물론 그래서 오늘 내가 '그녀' 대신 구입한 훨씬 싼 옷을 두고서도 입을 옷이 없는 것도 아닌데 또 구입하는 건 돈 지랄이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말입니다요. 그러나 나에게 세상은 결코 섹시한 곳이 아니에요 베이비.




2005/11/12 20:37 2005/11/12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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