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의 다락방 -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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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14 09:32
아침에 회사 근처 목욕탕에 갔는데 카운터에 상당한 미남이 앉아 있었다. 뜻밖의 상황에 당황하느라 때수건 사는 것도 깜박하고 입장하고 말았는데, 때는 벅벅 밀지 못했지만 아쉽지 않았다. 미남은 세상 곳곳에 숨어 있다가 의외의 순간에 나타나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사라진다. 나는 그들을 보는 것이 진심으로 즐겁다.

목욕을 마치고 새옷으로 갈아입은 후 안경을 얼굴에 썼는데 오늘따라 안경이 가볍게 느껴진다. 그제서야 퉁 하고 바닥에 떨어지는 안경알. 안경을 살펴보니 테가 부러져 있다. 사물함에 넣어둘 때 뭔가 잘못 되었나 보다. 꽤 오랫동안 써온 보라색 뿔테안경은 그렇게 운명을 달리했다. 심하진 않지만 난시인 까닭에 모니터나 책을 볼 땐 안경을 쓰는 게 집중이 잘 된다. 새로운 안경을 사야겠다. 안경테에 안경알까지 새로 맞추려면 돈깨나 들겠구나. 어젯밤엔 클렌징크림을 새로 샀고 스킨도 다 떨어졌던데.

목욕탕을 나와 아침 식사를 하러 분식집에 들어갔다. 김치찌개를 먹고 있는 동안 들어온 세 명의 회사원은 라면 세 개 중 두 개는 그냥 끓이고 하나는 스프를 반만 넣어 끓여달라고 주문했고, 김밥 포장을 시킨 아저씨는 분식집에 앉아서 김밥을 시켰을 때 딸려 나오는 국물을 마시고 가겠다고 했고, 전화로 라면을 주문한 청년은 전화를 끊은 지 2분도 안 되는 것 같은데 어느새 달려와 단호한 표정으로 아직 라면이 안 되었냐고 물어봤다. 세상엔 온갖 종류의 사람들이 살고, 나는 그들 모두가 좋은 것은 아니지만 가만가만 관찰하는 것은 재미있다.

회사로 돌아오는 길, 골목마다 떨어져 있는 낙엽들을 보느라 길바닥을 보며 걷다가 빨갛고 노란 낙엽들 사이에 우수수 떨어져 있는 보라색 낙엽을 발견했다. 고개를 들어보니 이름을 모르는 나무에 예쁜 보라색 잎파리가 대롱대롱 달려있었다.




2005/11/14 09:32 2005/11/14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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