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의 다락방 - 나의 피를 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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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14 01:19

나의 피를 묶어



나의 피를 길게 뽑아
그대가 보았던 어떤 리본보다 멋지게 묶고 싶어요

우리는 원한 적도 없는데
태어난 순간부터 끈질기게 서로를 지녀야 했어요

나는 늘 죽어, 꺼져, 바란 적이라곤 없었어 진심이야, 하며 상스러운 말을 내뱉었는데도
이애는 끝내 날 떠나지 않고 혈관을 달리며 스물 여덟 해를 지치고 있어요

이것은 진심이라기보다 우습고 초라한 의무감.
나는 이애를 그대처럼 놓아주고 싶은 마음이랍니다

그리하여 이 마음을 가장 완벽히 이해할 수 있는 그대에게 선물하고 싶은 것입니다

심장을 지나 손끝으로 달리며 헐떡이는 불쌍한 나의 피를
끊임없이 죽고 환생하길 반복하는 동안 놀랍게도 단 한 번 순수한 적 없던 나의 피를

명주실보다 가늘고 아름답게 뽑아 그대가 잊을 수 없을만치 멋진 리본으로 묶어 드리고 싶어요
그대에게 더없이 어울리는 훈장을 선물하고 싶어요


(2005.11.14)




2005/11/14 01:19 2005/11/14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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