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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둠. 끝. (9) 2009/06/03


1.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이 있던 날. 앨리스와 시청 앞에 있었다.
광장 한쪽에 앉아 있는데 눈물만 자꾸 났다.
애도와 상실감. 그리고 무엇보다
할 수 있는 것이 그렇게 광장에 나와 있는 것뿐이란 사실때문에. 분하고, 속상했다.
탄핵 때에도, 작년 촛불정국 때에도, 지금도
분노를 참지 못해 거리로 나갔지만 그뿐이었다.
무력함. 막막함. 너무 높은 벽.
무기력은 점점 두려움으로 바뀌고 있다.

2.
밖을 바라봐도 깜깜하고
나를 바라봐도 깜깜하다.
눈 둘 곳이 없어.
하소연할 곳도 없다.

3.
지인들과 술에 대한 이야길 하다가.
요즘 술을 일부러 되도록 멀리한댔더니, 누군가 나에게
맨정신으로만 살기 힘든 세상에 어떻게 술을 멀리할 수 있냐며
나더러 독하다고. 자기는 그럴 수 없다고.
나도 한때 그랬다. 맨정신이 싫으니 술을 마시자, 라며 술을 마시곤 했는데
언젠가부터 술을 마시면 더 또렷한 맨정신이 되던 걸.
덮어뒀던 기억, 애써 외면하던 현실, 깜깜한 앞날 같은 것들이
술을 마시면 자물쇠를 열고 몽땅 튀어나오던 걸. 그러면 얄짤 없이 한동안 깊은 우울.
요즘의 나에겐 술이 독인 셈이야. 어두운 것들을 이성으로 꾹꾹 누르고 살지 않으면 버티기 힘들다.




2009/06/03 21:30 2009/06/03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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